12/4일
오늘따라 탕비실이 너무 좁고 갑갑하게 느껴져서 한숨 돌리려 휴게실로 갔다. 다행히 식사 시간이었는지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서 눈치 안봐도 되서 후다닥 휴게실로 들어갔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휴게실 의자에서 골똘히 생각했다. 만약에 내가 그날 술을 조금만 덜 마셨다면… 내가 처음부터 부장한테 바싹 기었다면...하면 말이다. 떠올리니 더 같았다. 다시 탕비실로 가려는데 부장 무리들이 복도에서 열심히 내 뒷담화를 까는 걸 들었다. 몰래 숨어서 듣다가 F 목소리에 고개를 내밀어봤는데 무리들 사이에 있는 F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때 어떤 개새끼가 나를 일도 안하고 회사에 눌러 앉아있다고 깠었다. F는 고개를 돌려서 맞장구나 치고 있고.. 새삼 믿을 새끼들 없다. 낄낄 거리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탕비실로 오는데 이 좁고 냄새나는 탕비실이 회사에서 제일 편한 장소인 것 같고 느꼈다.

유서
세상이 지옥 같았다. 모든 인간들이 너무 혐오스러워서 미쳐버릴 거 같다. 미치기 전에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 엄마, 아빠한테는 너무 미안하지만 버틸 수 없다... 부장이란 새끼는 악마보다 더 한 새끼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사지에 내몰았을까?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 다 죽여버리고 자살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냥 조용히 죽을련다. 나를 괴롭히고 욕하는 곳에서 이 정도 버틴 것만으로도 잘 버틴 것 같다. 나는 죽어서도 그 인간들 평생 저주할 거고 행복한 꼴 절대 못보게 할란다..